01
먼저 알아둘 결론
법인의 경리 직원이 평소 은행 업무를 처리했다고 해서 정기예금을 해지할 권한까지 당연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기존 인감을 잃어버렸다며 변경한 뒤 예금을 해지하는 경우라면 은행은 실제 권한을 더 살펴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리 직원의 설명과 제출 자료만으로 해지 권한을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1]
02
어떤 방식으로 예금이 해지됐나요?
병원들이 가입한 협회는 약 2억 5,800만 원 등의 정기예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리 직원은 대표자의 원래 신고 인감이 아닌 다른 인감을 가져와 원래 인감을 분실했다고 신고하고 인감을 바꾼 뒤 예금을 해지했습니다. 돈 일부는 협회 명의 다른 계좌나 금융상품을 거쳤고, 일부는 협회 경비로 쓰였지만 나머지는 직원이 가로챘습니다.[1] 직원에게 일반적인 금융 사무 권한은 있었어도 예금 해지 권한은 없었습니다.
03
표현대리는 어떤 문제인가요?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실제 권한을 넘어선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본인에게 책임을 인정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2] 이 사건에서 직원에게 기본적인 대리권이 있었다는 점과, 은행이 예금 해지 권한까지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자주 방문한 직원이라는 사정만으로 두 번째 요건이 충족되지는 않습니다.
04
인감 분실과 변경이 중요한 이유
은행 내부 규정은 인감 분실에 따른 변경 때 예금주 본인인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법인의 경우에는 보통 대표자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직원은 대표자도 아니고 원래 신고 인감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직원의 신분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대표자나 상급자에게 문의하는 등 권한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1] 분실 신고가 오히려 확인을 강화할 계기였습니다.
05
같은 법인 명의 계좌로 옮겼어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해지금이 처음에는 협회 명의 계좌나 금융상품으로 이동했다는 사정, 당시 높은 이율의 상품으로 옮기려 했다는 설명 등이 원심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런 사정만으로 직원에게 해지 권한이 있다고 믿은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1] 출금 직후의 명의만 볼 것이 아니라 해지라는 중요한 결정을 누가 허락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06
단체의 자금을 맡거나 관리한다면
일상적인 입출금과 예금 해지, 인감 변경 권한을 구별해 내부 기록으로 남기세요. 담당자가 바뀌거나 인감을 잃어버리면 은행의 공식 절차에 따라 알리고 변경 내용을 대표자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쟁이 생겼다면 최초 계좌 개설 자료, 인감 변경 신청, 해지 서류와 은행의 권한 확인 기록을 모으세요. 단체 명의 계좌끼리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무단 처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07
판결 결과와 현재의 확인 절차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별도로 제기된 손해배상 주장까지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1] 판결에 등장하는 당시의 인감 관련 서류나 확인 수단이 모두 현재 은행의 필수 절차라는 뜻도 아닙니다. 현재 거래 방식이 달라졌더라도 통상 업무 권한과 중요한 자산 처분 권한을 나누고, 의심할 사정에 맞게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공식 원문
- 대법원 2000다35597 (2001-01-05)
- 민법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