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가
7,700원 (주당)
실권 비율
97.06%
법원 최소 산정가
1만 4,825원
대법원 선고
2009년 5월 29일

01 · 핵심 요약 · 90초

회사가 싼값에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기존 주주들이 모두 인수를 포기했다. 그 물량이 한 사람에게 갔다면, 손해를 입은 것은 회사인가 주주인가.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12월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발행했다. 기존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들이 일제히 인수 권리를 포기했고, 실권된 물량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이재용에게 배정됐다. 이 배정으로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배 지분이 확보됐다.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발행가와 평가액의 차이가 쟁점이었다. 세법상 평가이익은 주당 12만 7,750원이었고, 재판 과정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예상되는 가격을 최소한으로 산정해도 주당 1만 4,825원이었다. 실권 비율은 97.06%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5월 29일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2007도4949). 같은 날 대법원 형사2부는 이건희 전 회장 등 8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부분을 무죄로 확정했다(2008도9436).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2009노1421).

왜 지금 중요한가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렸다. 소액주주들은 제일모직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11년 2월 법원은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8월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상고가 이뤄지지 않아 확정됐다. 형사에서는 회사에 손해가 없다고 보고 민사에서는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아카이브에 기록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개정은 회사의 손해와 주주의 손해를 구분해 온 이 구조를 다루려는 후속 입법에 해당한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주주배정으로 시작됐다

전환사채는 발행 시점에는 사채이고 정해진 조건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증권이다. 주주에게 지분 비율대로 배정하는 주주배정과 특정인에게 인수권을 주는 제3자 배정으로 나뉜다.

이 사건의 전환사채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됐다. 기존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에게 인수 기회가 먼저 주어졌다.

계열사들은 인수를 포기했다. 실권 비율은 97.06%였고, 이 물량이 이사회 결의로 제3자에게 배정됐다.

가격이 쟁점이 됐다

발행가는 주당 7,700원이었다. 세법상 평가이익은 주당 12만 7,750원으로 산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예상되는 가격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주당 1만 4,825원이었다.

발행가와 이 금액의 차이만큼 회사가 자금을 덜 조달했는지, 그것이 회사의 손해인지가 다퉈졌다.

대법원이 나눈 기준

대법원은 주주배정과 제3자 배정을 나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때 이사는 액면가를 밑돌아서는 안 된다는 제약 외에는 주주 전체의 이익과 자금조달의 필요성, 급박성을 감안해 발행조건을 자유로이 정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시가보다 낮게 정해 주주들로부터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했다고 해서 배임죄의 임무위배로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반면 제3자에게 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제3자는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지분을 새로 취득하므로 주주와 같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주주에게 배정한 뒤 주주가 스스로 기회를 포기해 제3자에게 배정된 경우이므로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학계의 이견과 민사의 결론

학계에서는 다른 견해가 제시됐다. 실권 비율이 97.06%에 이르면 이사회 결의로 제3자에게 배정할 때 기존 주주들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결과가 명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권 부분 전액을 제3자에게 배정한 이사회 결의는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한 최초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효라면 실권 부분의 제3자 배정을 결의한 후속 이사회도 무효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형사와 별개로 민사에서는 결론이 달랐다. 2011년 2월 법원은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2012년 8월 확정됐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같은 발행이라도 누구에게 배정하느냐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

01 · 단계

주주에게 배정한다

전환사채를 기존 주주에게 지분 비율대로 배정한다. 발행가가 낮아도 주주 전체가 같은 조건이므로 주주 사이의 이해가 어긋나지 않는다.

02 · 단계

주주가 포기한다

주주가 인수를 포기하면 실권이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는 97.06%가 실권했다.

03 · 단계

제3자에게 넘긴다

이사회 결의로 실권 물량을 제3자에게 배정한다. 제3자는 낮은 발행가로 지분을 새로 취득한다.

04 · 단계

지배구조가 바뀐다

전환권이 행사되면 제3자의 지분율이 올라간다. 기존 주주의 지분은 그만큼 희석되고 지배구조가 이동한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배임죄의 보호 대상이 누구인가에 있다. 배임죄는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한다. 발행가가 낮으면 회사가 조달한 자금이 줄어드는데, 주주배정에서는 그 차액이 결국 주주에게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손해로 구성하기 어려운 이유다.

제3자 배정은 다르다. 제3자는 낮은 가격에 지분을 취득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된다. 회사가 조달한 자금이 줄어든 만큼의 이익이 회사 밖의 특정인에게 간다. 대법원이 두 방식을 나눈 지점이 여기다.

실권 후 제3자 배정은 두 방식의 경계에 있다. 형식은 주주배정이지만 결과는 제3자 배정과 같다. 실권이 우연히 발생했는지, 처음부터 실권을 전제로 설계됐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데, 그 판단은 발행 당시의 의사와 절차 기록에 달려 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

상법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3자에게 배정하려면 정관에 근거를 두고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도록 정한다. 발행 사실은 주요사항보고 대상이다.

감독당국

상장회사의 전환사채 발행은 자본시장법상 공시 대상이며, 이 아카이브에 기록된 대로 2020년 이후 납입기일 전 사전공시와 콜옵션 행사자 공시가 강화됐다.

남은 과제

실권 후 제3자 배정에 대한 별도의 절차 요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실권이 자발적인지 사전에 예정된 것인지를 사후에 확인할 자료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형사에서 무죄가 나고 민사에서 배상이 인정되는 구조도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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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전환사채 발행 공시에서 확인할 것은 배정 방식과 실권 처리다.

01

지금 확인할 것

  • DART(dart.fss.or.kr)에서 주요사항보고서를 열고 배정 방식이 주주배정인지 제3자 배정인지 확인한다.
  • 제3자 배정이면 정관상 근거와 경영상 목적이 무엇으로 기재됐는지 확인한다.
  • 전환가액과 전환가액 조정 조건을 확인한다. 조정 조건에 따라 나중에 늘어나는 주식 수가 달라진다.
  • 주주배정으로 발행된 경우 실권 물량이 얼마이고 누구에게 배정됐는지 확인한다.
  • 발행 후 전환권이 모두 행사됐을 때의 지분율 변화를 계산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제3자 배정에 절차 위반이 있다면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소 기간은 발행일부터 6개월이다(상법 제429조).
  • 이사의 임무해태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 발행주식 1% 이상, 상장회사는 6개월 이상 보유한 0.01% 이상 주주가 대상이다(상법 제542조의6).
  • 소 제기 전에 회사에 소 제기를 청구하고 30일이 지나면 주주가 직접 제기한다(상법 제403조).
  • 회계장부 열람은 발행주식 3% 이상 주주가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466조).
03

어디에 신고하나

  • 전자공시시스템 DART dart.fss.or.kr
  •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KIND kind.krx.co.kr
  • 금융감독원 1332 /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이 전환사채가 주주배정인가 제3자 배정인가.

  2. 02

    발행가가 최근 거래가나 평가액과 얼마나 차이 나는가.

  3. 03

    주주배정인데 실권 물량이 크지 않은가.

  4. 04

    실권 물량이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갔는가.

  5. 05

    전환권이 모두 행사되면 내 지분율이 얼마나 줄어드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배임죄는 회사의 손해를 묻는 죄다. 발행가가 낮아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도 회사의 재산이 줄지 않았다면 이 죄로는 다룰 수 없다. 대법원이 주주배정과 제3자 배정을 나눈 판단은 이 법리 안에서는 일관된다. 다만 97%가 실권한 발행에서 결과는 제3자 배정과 같았고, 민사에서는 배상이 인정됐다.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린 자리에 이사가 누구를 위해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배정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1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