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같은 날 대법원은 두 사건을 선고했다. 하나는 무죄가 됐고 다른 하나는 유죄가 됐다. 두 사건의 차이는 배정 방식 하나였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26일 신주인수권부사채 321만 6,780주분을 주당 7,150원, 총액 230억여원에 발행해 SK증권에 전량 매각했다. SK증권은 바로 다음 날 10% 할증된 가격에 이재용 등 6명에게 다시 매각했다.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삼성SDS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5만~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참여연대는 1999년 11월 경영진을 고소했다.
이 사건은 검찰에 의해 여섯 차례 불기소됐다. 이후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명된 특별검사가 기소하면서 심리가 시작됐다. 특별검사는 적정가를 장외가격인 주당 5만 5,000원으로 보고 손해액을 1,539억원으로 계산했다.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는 주당 가격을 9,740원, 회사 손해액을 44억원으로 보아 배임액이 50억원 미만이므로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정상적인 주식 발행이어서 회사에 손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29일 원심을 파기하고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유죄 취지로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2009년 8월 14일 주당 적정가를 1만 4,230원으로 정하고 손해액을 227억원으로 판단했다(2009노1422). 이건희 전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들에게도 형이 선고됐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5년, 김인주 전 사장은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이었다. 김홍기 전 삼성SDS 사장과 박주원 전 경영지원실장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이었다. 같은 날 선고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무죄로 확정됐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제3자 배정에서 회사의 손해가 어떻게 계산되는지가 이 사건의 전부다.
제3자에게 발행한다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특정인에게 발행한다. 인수자는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를 얻는다.
→가격 차이가 생긴다
발행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으면 그 차액만큼 회사가 자금을 덜 조달한다. 이 차액이 배임죄의 손해액 산정 기초가 된다.
→적정가를 다툰다
비상장회사는 시가가 없으므로 적정가 산정이 쟁점이 된다. 장외 거래가격, 순자산가치, 수익가치 가운데 무엇을 쓸지에 따라 손해액이 달라진다.
→손해액이 형량을 정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이득액에 따라 형량 구간을 나눈다. 50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도 달라진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적정가 산정이 쟁점이 되는 것은 비상장 주식에 공인된 가격이 없기 때문이다. 장외 거래가격은 거래량이 적어 대표성이 낮고, 순자산가치는 미래 수익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5만 5,000원, 9,740원, 1만 4,230원이라는 세 개의 숫자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손해액이 형량과 시효를 함께 결정한다는 점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했다. 1심이 손해액을 44억원으로 보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이 적용되고 공소시효 7년이 지나 면소가 됐다. 금액 산정이 처벌 가능 여부를 정한 것이다.
여섯 차례의 불기소가 특별검사 임명으로 이어진 것은 수사 개시의 문제였다. 고소가 있어도 기소되지 않으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없다. 이 사건에서 심리가 시작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상법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3자에게 배정하려면 정관에 근거를 두고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도록 정한다.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명된 특별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 회사법상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만큼 손해가 발생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비상장회사의 적정 발행가 산정 방법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손해액 산정이 형량과 공소시효를 함께 결정하는 구조도 그대로다. 고소가 반복적으로 불기소될 경우 사법 판단을 받을 통로가 제한된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비상장회사의 사채 발행은 상장회사보다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적다.
지금 확인할 것
- 발행회사가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이면 DART(dart.fss.or.kr)에서 주요사항보고서를 확인한다. 발행 조건과 인수자가 기재된다.
- 제3자 배정이면 정관상 근거와 경영상 목적을 확인한다. 목적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 본다.
- 행사가액과 행사 가능 기간을 확인한다. 행사가 이뤄지면 주식 수가 늘어난다.
- 인수자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인지 확인한다.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에 기재된다.
- 비상장회사의 주식 가치는 장외 거래가격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본다.
일이 생겼을 때
- 제3자 배정에 절차 위반이 있으면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소 기간은 발행일부터 6개월이다(상법 제429조).
- 이사의 임무해태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상법 제403조, 제542조의6).
- 회계장부 열람은 발행주식 3% 이상 주주가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466조).
- 고소가 불기소되면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와 재정신청 절차를 확인한다. 재정신청은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60조).
어디에 신고하나
- 전자공시시스템 DART dart.fss.or.kr
- 금융감독원 1332 /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 대검찰청 www.spo.go.kr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발행가가 장외 거래가격이나 순자산가치와 얼마나 차이 나는가.
- 02
인수자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인가.
- 03
제3자 배정의 경영상 목적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가.
- 04
발행 직후 인수자가 바뀌는 거래가 있었는가.
- 05
행사가 완료되면 지분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같은 날 선고된 두 사건이 갈린 지점은 배정 방식이었다. 주주에게 배정한 뒤 주주가 포기한 경우와 처음부터 제3자에게 배정한 경우를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이 구분은 법리로는 성립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두 발행 모두 낮은 가격으로 지분이 이동했고 기존 주주의 몫은 줄었다. 손해액이 1,539억원에서 227억원이 되는 동안 확정된 것은 금액이지 구조가 아니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1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