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피해
8억 600만 달러
계약 기업
7곳
정리된 회사
9곳 (10곳 중)
끝까지 이긴 곳
1곳

01 · 핵심 요약 · 90초

돈을 빌리면서 이자를 내는 대신 받는 계약이 있었다. 그 조건이 성립하려면 두 나라의 환율이 움직이지 않아야 했다.

1997년 상반기 국내 7개 기업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태국 바트화에 연계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금융회사 6곳과 제조업체 1곳이다. 계약 직후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해 바트화가 폭락했고 국내 기업들은 총 8억 600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구조는 이렇다. SK증권은 자사 200억원과 다른 두 회사의 출자 100억원을 합쳐 조성한 자금으로 조세회피지역에 다이아몬드펀드라는 역외펀드를 세웠다. 이 펀드는 설립 직후 JP모건에서 5,300만 달러를 차입해 인도네시아 루피아 채권에 투자했다. 지급 금리가 연 20.15%인 고수익 채권이다. 차입 조건에 파생상품 구조가 붙어 있었다. 일본 엔화와 태국 바트화의 환율에 연계돼, 두 통화의 환율이 계약 시점 이후 변하지 않으면 이자율이 연 마이너스 3%가 적용됐다. 차입의 대가로 이자를 내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조건이다. 1997년 동남아 위기로 바트화가 폭락했고 태국 중앙은행이 통화바스켓 방식을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엔화와의 연동이 끊겼다. 펀드는 JP모건에 대한 차입금 상환에서 1억 1,000만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왜 지금 중요한가

이후 소송이 이어졌다. 국내 금융사들은 이 계약이 사기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외신인도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화해로 마무리했다. 끝까지 소송해 이긴 곳은 한 곳뿐이다. 계약을 맺은 7개사와 보증은행 3곳 가운데 9곳이 공중분해되거나 매각 또는 합병됐다. SK증권은 JP모건에 현금으로 배상하면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받은 경영개선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고 계열사 전체의 신인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면계약을 맺었다. 이 이면계약이 나중에 형사 재판의 쟁점이 됐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이자를 받는 차입

SK증권은 자사 200억원과 다른 두 회사가 출자한 100억원을 합쳐 조세회피지역에 다이아몬드펀드라는 역외펀드를 세웠다.

이 펀드는 설립 직후 JP모건에서 5,300만 달러를 차입했다. 그 자금으로 지급 금리가 연 20.15%인 인도네시아 루피아 채권을 샀다.

차입 조건에는 파생상품 구조가 붙어 있었다. 일본 엔화와 태국 바트화의 환율 관계가 계약 시점 그대로 유지되면 이자율로 연 마이너스 3%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자를 내는 대신 받는 조건이다. 그 조건이 성립하려면 두 나라의 환율이 움직이지 않아야 했다.

전제가 무너졌다

1997년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시작됐다. 태국 바트화가 폭락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통화바스켓 방식을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엔화와의 연동이 끊긴 것이다.

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전제가 사라지자 반대 방향이 작동했다. 펀드는 차입금 상환에서 1억 1,000만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국내 7개 기업이 같은 유형의 계약으로 입은 피해는 합계 8억 600만 달러였다.

대부분 화해로 끝났다

국내 금융사들은 이 계약이 사기라며 법정으로 갔다.

그러나 소송이 길어지면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졌다. 외환위기 국면에서 신인도 하락은 자금 조달을 직접 어렵게 만든다.

대부분 화해로 마무리했다. 끝까지 다퉈 승소한 곳은 한 곳뿐이었다.

계약 당사자와 보증은행을 합친 10곳 가운데 9곳이 공중분해되거나 매각 또는 합병됐다.

이면계약이 남았다

SK증권은 현금 배상을 하면 감독당국에서 받은 경영개선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계열사 전체의 신인도 추락까지 예상되자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면계약을 맺었다.

이 이면계약은 나중에 형사 재판에서 다뤄졌다. 이 아카이브에 기록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손실을 처리하는 방식이 또 다른 사건의 출발점이 됐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파생상품의 조건은 특정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진다.

01 · 단계

유리한 조건을 제시받는다

이자를 내는 대신 받는 조건이 제시된다. 그 조건은 두 통화의 환율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성립한다.

02 · 단계

역외에 펀드를 세운다

조세회피지역에 역외펀드를 만들어 거래한다. 국내 감독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계약이 이뤄진다.

03 · 단계

고수익 자산을 산다

빌린 자금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 채권을 산다. 조달 비용이 마이너스이므로 수익 구조가 좋아 보인다.

04 · 단계

전제가 깨진다

환율이 움직이면 조건이 반대로 작동한다. 레버리지가 걸려 있어 손실이 원금을 넘어선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이 계약이 유리해 보인 것은 조건이 성립하는 구간만 봤기 때문이다. 두 통화의 환율이 유지되면 이자를 받고, 움직이면 손실이 난다. 그 손실의 크기가 얼마인지는 계약 조건을 분해해 계산해야 알 수 있다. 뒤에 나온 분석에서는 계약 시점부터 이미 상당한 대가를 치른 조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외펀드를 쓴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펀드에서 이뤄진 거래는 국내 감독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위험이 어디에 얼마나 쌓였는지 밖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이 아카이브에 기록된 아키고스 사건에서도 파생계약으로 만든 지배가 어느 감독기관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송을 끝까지 하지 못한 이유가 이 사건의 성격을 보여준다. 계약의 부당성을 다투는 동안 대외신인도가 떨어졌고, 외환위기 국면에서 신인도 하락은 자금 조달을 직접 막았다. 다툴 권리는 있었지만 다툴 여력이 없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

이 사건의 화해 과정에서 체결된 이면계약은 이후 형사 재판에서 다뤄졌다. 서울고등법원은 2005년 관련 사건에서 옵션계약과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했다.

감독당국

금융감독위원회는 SK증권에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이후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위험 관리와 공시 요건이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남은 과제

역외펀드를 통한 파생거래의 위험을 국내에서 확인하는 방법은 이 사건 이후에도 완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이 아카이브에 기록된 키코와 아키고스 사건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계약의 부당성을 다투는 동안 발생하는 신인도 비용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기준도 정리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파생상품은 어떤 상태에서 이익이 나고 어떤 상태에서 손실이 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계약서에서 손익이 결정되는 기초자산과 그 조건을 확인한다. 환율, 금리, 지수 가운데 무엇에 연동되는지 본다.
  • 손실이 발생하는 구간과 그때의 최대 손실 규모를 서면으로 확인한다. 손실에 상한이 없는 구조인지 본다.
  • 레버리지가 걸려 있는지 확인한다. 자기 자금보다 큰 금액으로 거래하면 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 거래 상대방이 국내 감독을 받는 회사인지 확인한다. 역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분쟁 시 절차가 달라진다.
  • 이익이 나는 조건이 특정 상태의 유지를 전제로 하는지 확인한다. 그 상태가 깨질 가능성을 함께 본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설명이 부족했거나 위험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면 위법계약해지권을 검토한다.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한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
  • 계약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자료열람요구권을 활용한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
  •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계약서와 설명 자료를 함께 제출한다.
  • 역외 거래에서 분쟁이 생기면 준거법과 관할이 어디인지 계약서에서 확인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dis.kofia.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fine.fss.or.kr
  • 대한상사중재원 www.kcab.or.kr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이익이 나는 조건이 무엇의 유지를 전제로 하는가.

  2. 02

    그 전제가 깨지면 손실이 얼마까지 가는가.

  3. 03

    손실에 상한이 정해져 있는가.

  4. 04

    거래 상대방이 국내 감독을 받는 회사인가.

  5. 05

    이자를 받는 차입처럼 통상과 반대인 조건은 아닌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자를 내는 대신 받는 조건은 두 통화의 환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 있었다. 그 전제가 깨지자 조건이 반대로 작동했고, 레버리지가 걸려 있어 손실이 원금을 넘었다. 7개 기업이 8억 600만 달러를 잃었고 계약 당사자와 보증은행 10곳 가운데 9곳이 정리됐다. 계약의 부당성을 다툴 권리는 있었으나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신인도가 떨어져 대부분 화해로 끝냈다. 그 화해를 처리하는 방식이 또 다른 사건이 됐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다이아몬드펀드 TRS 손실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9.0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