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펀드가 채권을 샀는데 그 사실이 장부에 없다면, 투자자는 자기 돈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채권 파킹거래는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에 바로 기록하지 않고 다른 증권사에 잠시 맡겼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결제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 통용된 형태는 이렇다.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증권사 임직원을 통해 증권사 계산으로 채권을 매수해 증권사 계정에 보관하도록 한다. 이후 되사거나 다른 곳에 매도한 다음 손익을 정산하는 부외 거래다. 학술적으로나 판례상 명확히 확립된 정의는 없었고 특별한 규제나 형사처벌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015년 6월 16일 한 자산운용사와 7개 증권사 임직원 간 불법 채권거래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파킹거래로 기관투자가에 113억원의 손실을 끼친 펀드매니저 2명과 증권사 임직원 6명이 기소됐다. 자산운용사 전 채권운용본부장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시중 증권사 채권중개인과 짜고 4,600억원 상당의 채권을 거래하며 파킹을 시도했다. 예상과 달리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증권사의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며 시장가격보다 싸게 채권을 넘겼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채권 파킹거래에 대한 최초 제재사례로 소개했고, 검찰 수사와 공소 제기는 최초 강제수사로 보도됐다.
대법원은 2021년 12월 7일 이 사건의 형을 확정했다. 2심은 기관투자자들에게 가한 손해와 증권사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규모를 다시 판단했다. 그 결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대신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고 형량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경했다.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벌금은 2,700만원이었다. 함께 기소된 20명의 펀드매니저 등에 대해서도 징역형과 벌금형이 확정됐다. 다만 증권사 브로커들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온 사례도 있다. 채권 파킹거래를 직접 규율하는 명문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7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파킹거래를 이해하려면 채권이 누구의 장부에 있는지를 보면 된다.
증권사가 산다
펀드매니저의 요청으로 증권사가 자기 계산으로 채권을 매수한다. 이 시점에 채권은 증권사 계정에 있다.
→장부에 적지 않는다
펀드는 이 채권을 아직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한다. 펀드의 장부와 기준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부외 상태가 된다.
→가격이 움직인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올라 이익이 생기고, 금리가 오르면 손실이 생긴다. 그동안 투자자는 이 위험을 알지 못한다.
→손익을 정산한다
펀드가 채권을 되사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면서 손익을 맞춘다. 손실이 났으면 시장가와 다른 가격으로 거래해 보전하는 방식이 쓰인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파킹거래의 유인은 운용 성과에 있다. 펀드매니저는 매수 시점을 뒤로 미뤄 유리한 시점에 장부에 반영할 수 있다. 금리가 내리면 그만큼 성과가 좋아지고 평가에 반영된다. 증권사 중개인은 거래량과 수수료를 확보한다.
부외 상태라는 점이 이 구조의 핵심이다.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보유 자산을 시가로 평가해 산출된다. 장부에 없는 채권은 평가 대상에서 빠지므로 기준가격에 위험이 반영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자기 펀드가 어떤 위험을 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손실이 났을 때 문제가 드러난다. 시장가와 다른 가격으로 채권을 넘겨 손실을 보전하면 그 차액은 펀드의 손실이 된다. 이익이 났을 때는 성과로 잡히고 손실이 났을 때는 수익자에게 전가되는 비대칭이 만들어진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채권 파킹거래에 대한 최초 제재를 실시했다. 이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채권 거래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015년 6월 자산운용사와 7개 증권사 임직원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2021년 12월 7일 업무상 배임을 적용한 원심을 확정했다.
채권 파킹거래를 직접 규율하는 명문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증권사 브로커의 책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이 갈렸다. 세 곳 이상이 돌아가며 거래하는 방식은 적발이 더 어렵다는 지적도 남아 있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펀드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운용보고서와 기준가격이다.
지금 확인할 것
- 자산운용보고서를 확인한다. 분기마다 제공되며 보유 자산 내역과 매매 회전율이 기재된다.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dis.kofia.or.kr)에서 펀드의 기준가격 추이와 운용보고서를 확인한다.
- 매매 회전율이 유난히 높으면 그 사유를 판매사에 문의한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거래비용이 커진다.
- 운용사의 제재 이력을 금융감독원 제재공시(www.fss.or.kr)에서 확인한다.
- 기준가격이 같은 유형의 다른 펀드와 크게 다르게 움직이면 그 사유를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운용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면 자본시장법 제64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행위일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 펀드 관련 분쟁은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가입 서류와 운용보고서를 함께 제출한다.
- 운용사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에 제보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dis.kofia.or.kr
- 금융감독원 제재공시 www.fss.or.kr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1577-2172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가입한 펀드의 운용보고서를 받아 본 적이 있는가.
- 02
매매 회전율이 같은 유형의 다른 펀드보다 높지 않은가.
- 03
운용사에 제재 이력이 있는지 확인했는가.
- 04
기준가격이 시장 상황과 다르게 움직인 구간이 있는가.
- 05
펀드가 보유한 자산 내역을 직접 확인해 봤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장부에 적히지 않은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 거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거래다. 금리가 유리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반대로 움직인 뒤에야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4,600억원의 거래가 확인된 것도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관행이라는 말은 규제가 없었다는 뜻이지 위험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명문 규정이 여전히 없는 상태에서 다음 국면에 확인할 것은 적발 건수가 아니라 부외 거래를 걸러내는 절차가 만들어졌는지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1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