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먼저 알아둘 결론

받을 돈의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직접 돈을 받아 썼다고 해서 언제나 횡령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이 문제에 관한 종전 판례를 변경했습니다.[1]

그렇다고 약속을 어겨도 돈을 돌려줄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계약을 지킬 민사상 의무와 남의 돈을 맡아 보관하다가 빼돌리는 횡령죄의 요건은 구분해야 합니다.

02

어떤 보증금 분쟁이었나요?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에게 양도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아 있던 보증금을 직접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1]

검사는 이를 횡령으로 기소했고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돈을 받은 사람이 양수인을 위해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03

받을 권리와 실제 받은 돈을 나누어 본 이유

다수의견은 채권을 양도했다는 것만으로 나중에 받은 금전의 소유권까지 당연히 양수인에게 귀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양도인이 양수인을 대신해 돈을 받아 보관하기로 한 별도 위탁관계가 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1]

이 사안에서는 통상의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의무가 문제됐을 뿐, 양수인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부정했습니다.

04

어떤 판례가 바뀌었나요?

이전에는 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받은 돈을 양수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례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이번 판단과 어긋나는 범위에서 변경했습니다.[1]

반대의견은 양수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기존 법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에 동의하면서 이유를 달리한 별개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글은 다수의견을 판결의 법리로 설명하고 다른 의견과 섞지 않았습니다.

05

채권을 넘겨받는 사람은 무엇을 확인하나요?

현행 민법 제450조에 따르면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 등에게 양도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채무자 이외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나 승낙이 필요합니다.[2]

양도계약서를 쓰는 일과 이런 대항요건을 갖추는 일은 다릅니다. 보증금 반환채권이나 대여금채권을 넘겨받는다면 누가 통지하고, 도달을 어떻게 확인하며, 돈은 누구에게 지급될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6

횡령이 아니면 약속을 어겨도 되나요?

대법원은 권리이전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문제와 횡령죄를 구별했습니다.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 책임 등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사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입니다.[1][2]

또한 돈의 추심·보관을 별도로 위임한 경우처럼 사실관계가 다르면 같은 결론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횡령을 처벌하므로, 계약 제목만 아니라 실제 위탁관계가 있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3]

07

판결 결과와 검증 범위

대법원은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민사상 지급 책임이 없다고 선언하거나 보증금 사용을 일반적으로 허용한 판결이 아닙니다.[1]

공식 전문에서 다수·반대·별개의견과 주문을 모두 확인하고 현행 민법·형법 조문을 대조했습니다. 특히 별개의견에 제시된 새로운 범죄 신설 제안은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인 것처럼 소개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