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정부가 연 1%대로 빌려주는 돈이 있으면 그 돈을 노리는 구조도 생긴다. 태양광 발전에서는 두 갈래로 나타났다. 대출금을 부풀리는 쪽과 투자자를 모으는 쪽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으로 태양광 시설 확충 자금을 빌려줬다. 거치기간 5년, 금리 연 1%대의 장기 저리 정책자금이다. 공사대금의 10~30%는 발전시설 건립 희망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는 2024년 1월 4일 이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을 편취한 혐의로 4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태양광 시설 시공업자 15명과 태양광 발전사업자 31명이며, 적용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이다.
기소된 시공업자와 발전사업자들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편취한 대출금은 모두 99억 6,000여만원이다. 이 가운데 두 사람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22억 5,000여만원을 받았다. 공사금액을 부풀린 허위 공사계약서와 세금계산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하는 방법이었다. 시공업자들은 자부담 없이 대출금만으로 시공해 준다고 홍보해 공사를 수주했고, 발전사업자들은 개인 자금 투입 없이 대출금만으로 설비를 설치한 뒤 생산한 전기를 국가에 판매했다. 정책자금의 재원은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2021년 9월 기준 일반 사업자대출 평균 금리는 약 3%였다.
같은 소재로 투자자를 모으는 유사수신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집계로 2023년 3월 말부터 6월 15일까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관련 피해상담과 신고는 36건이었다. 한 사례에서는 유튜브 광고에 경제학 박사로 등장한 인물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매월 6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 인물은 전문가를 사칭한 배우였다. 업체 홈페이지의 사업자등록증도 도용된 것이었다. 실제 영업 중인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사업자등록번호와 대표자명, 소재지, 업체명을 도용하는 방식도 확인됐다. 기소된 사건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정책자금과 유사수신은 다른 범죄이지만 같은 소재를 쓴다.
저리 자금이 공급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재원으로 연 1%대 정책자금이 공급된다. 시장금리보다 낮으므로 대출 자체가 이익이 된다.
→서류로 금액을 부풀린다
공사금액을 올려 적은 계약서와 세금계산서를 제출한다. 자부담 10~30%가 서류상 대출금으로 대체된다.
→자금이 집행된다
심사기관이 서류를 근거로 대출을 실행한다. 실제 공사비와 대출금의 차액이 남는다.
→수익이 회수된다
설치된 설비가 전기를 생산해 국가에 판매한다. 자기 자금을 넣지 않고 수익만 회수하는 구조가 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정책자금은 서류 심사에 의존한다.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발전시설의 실제 공사비를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약서와 세금계산서가 심사의 근거가 되면 그 서류를 만드는 쪽이 금액을 정한다. 자부담 요건은 사업의 실질을 담보하려는 장치였지만, 서류로 채워지면 기능하지 않는다.
유사수신 쪽에서는 정책의 존재 자체가 신뢰의 근거로 쓰인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사실은 확인되므로, 투자 권유의 앞부분은 모두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는 것은 그 업체가 실제로 그 사업을 하는지다. 사업자등록번호와 대표자명을 도용하면 이 확인도 통과된다.
설비 부지가 필요하다는 사업의 특성도 작용했다. 넓은 토지를 가진 고령자가 접촉 대상이 되고, 피해가 드러나는 시점이 늦어 가해자를 찾지 못하거나 피해액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2023년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에 대한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주의를 안내했다. 전문가 사칭 광고와 사업자등록증 도용 수법이 함께 제시됐다.
검찰은 2023년 8월 국무조정실의 통보를 받아 한국에너지공단, 국세청, 금융기관, 시공업체를 압수수색하고 2024년 1월 46명을 기소했다. 범죄수익 환수 방침을 밝혔다.
공사금액의 적정성을 서류 외의 방법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 자부담 요건이 실제로 이행됐는지를 사후에 점검하는 체계도 공개되지 않았다. 도용된 사업자등록번호로 운영되는 홈페이지를 신속하게 차단하는 절차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최종 부담피해자·가족·생계 기반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말과 그 업체가 지원 대상이라는 말은 다르다.
지금 확인할 것
- 업체가 제시한 사업자등록번호를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 사업자등록 상태 조회로 확인한다. 상호와 대표자명이 일치하는지 본다.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한다. 투자 권유를 하는 업체가 등록·인가를 받았는지 본다.
- 원금 보장과 확정 수익을 함께 약속하면 유사수신에 해당한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 태양광 설비 설치 계약서에서 공사금액과 자부담 비율을 확인한다. 자부담 없이 시공해 준다는 제안은 서류가 부풀려졌다는 뜻일 수 있다.
- 발전사업 허가와 개발행위 허가가 실제로 났는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지급정지를 신청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금융회사에 피해구제신청서를 서면으로 낸다.
- 유사수신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1332에 신고한다. 계좌번호, 대화 내용, 광고 화면을 함께 제출한다.
- 이미 송금했다면 즉시 거래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112에 신고한다.
- 허위 서류로 대출이 실행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 대출 취급 기관과 한국에너지공단에 알린다. 명의자로 남으면 채무가 그대로 남는다.
-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1332
- 경찰청 112 / 사이버범죄 신고 ecrm.police.go.kr
- 국세청 홈택스 www.hometax.go.kr
- 한국에너지공단 www.energy.or.kr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자부담 없이 대출금만으로 시공해 준다는 제안을 받았는가.
- 02
제시된 사업자등록번호를 직접 조회해 봤는가.
- 03
매월 정해진 수익을 보장한다는 설명을 들었는가.
- 04
광고에 나온 전문가의 소속과 이력을 확인했는가.
- 05
발전사업 허가가 실제로 났는지 지자체에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정책이 만든 금리 차이는 그 자체로 유인이 된다. 연 1%대와 시장금리 3%의 차이는 사업을 하지 않아도 남는 몫이 있다는 뜻이다. 서류로 확인하는 심사에서 그 몫을 키우는 방법은 서류를 키우는 것이다. 다른 갈래에서는 같은 정책이 신뢰의 근거로 쓰였다. 정부가 지원한다는 사실이 사실이므로 확인이 거기서 멈춘다. 확인해야 할 지점은 정책의 존재가 아니라 그 업체가 그 정책의 대상인가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1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