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050 --> 00:00:04,905 토요일 아침, 나래와 준은 엄마와 시장에 갔어요. 2 00:00:04,905 --> 00:00:10,299 엄마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자 준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3 00:00:10,299 --> 00:00:13,641 필요하면 여기서 꺼내면 되겠네. 4 00:00:13,641 --> 00:00:16,929 그러면 돈이 모자랄 일이 없잖아. 5 00:00:16,929 --> 00:00:22,364 엄마는 지갑을 닫고 두 아이와 기계에서 조금 떨어졌어요. 6 00:00:22,364 --> 00:00:26,658 이 기계가 우리에게 새 돈을 선물하는 건 아니야. 7 00:00:26,658 --> 00:00:30,842 오늘은 엄마 계좌에 있던 돈을 꺼낸 거란다. 8 00:00:30,842 --> 00:00:33,913 나래는 잠시 생각했어요. 9 00:00:33,913 --> 00:00:38,057 그럼 그 계좌의 돈은 어디에서 온 거예요? 10 00:00:38,057 --> 00:00:42,337 시장으로 향하던 세 사람의 걸음이 느려졌어요. 11 00:00:42,337 --> 00:00:47,187 오늘은 용돈 봉투가 오기 전의 길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12 00:00:47,306 --> 00:00:51,944 집에 돌아온 엄마는 비어 있는 봉투를 식탁에 놓았어요. 13 00:00:51,943 --> 00:00:56,577 나래가 용돈을 받을 때 보는 것과 같은 봉투였지요. 14 00:00:56,577 --> 00:01:01,685 봉투에 넣기 전에 가족의 돈은 여러 길을 거칠 수 있어. 15 00:01:01,685 --> 00:01:07,514 일을 하고 받은 돈도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돈도 있단다. 16 00:01:07,514 --> 00:01:11,726 가족마다 들어오는 길과 시기가 다를 수 있어. 17 00:01:11,726 --> 00:01:15,775 준은 봉투 그림 앞에 물음표를 그렸어요. 18 00:01:15,775 --> 00:01:21,142 엄마는 실제 월급이나 계좌 번호는 적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19 00:01:21,142 --> 00:01:28,506 가족의 비밀 숫자를 알아내는 활동이 아니라, 돈이 생기는 까닭을 이해하는 활동이었어요. 20 00:01:28,506 --> 00:01:32,745 두 아이는 오늘 만난 사람들의 일을 떠올렸어요. 21 00:01:32,858 --> 00:01:38,637 시장 빵집에서는 아저씨가 밀가루 묻은 앞치마를 입고 있었어요. 22 00:01:38,637 --> 00:01:43,379 손님이 오기 전부터 반죽을 만들고 굽는 일을 했대요. 23 00:01:43,379 --> 00:01:47,509 빵을 사는 사람은 그 빵에 값을 냈어요. 24 00:01:47,509 --> 00:01:51,572 나래는 종이에 빵과 일하는 손을 그렸어요. 25 00:01:51,572 --> 00:01:55,566 내가 빵을 먹기 전에 누군가 시간을 들였네. 26 00:01:55,566 --> 00:01:59,873 준은 뜨거운 오븐을 보며 한 발 물러섰어요. 27 00:01:59,873 --> 00:02:05,159 아저씨는 아이들이 작업 공간 밖에서 구경하도록 안내했어요. 28 00:02:05,159 --> 00:02:10,838 두 아이가 일을 이해하려고 위험한 일을 직접 해 볼 필요는 없었어요. 29 00:02:10,838 --> 00:02:16,381 빵 냄새 속에는 아침부터 이어진 준비와 기술이 들어 있었어요. 30 00:02:16,490 --> 00:02:20,543 준은 손님들이 낸 돈을 생각하며 말했어요. 31 00:02:20,543 --> 00:02:24,470 빵집에 들어온 돈은 전부 아저씨 용돈이에요? 32 00:02:24,470 --> 00:02:27,337 엄마는 고개를 저었어요. 33 00:02:27,337 --> 00:02:33,546 빵을 만들 재료도 사고, 가게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돈도 내야 한단다. 34 00:02:33,546 --> 00:02:38,750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면 그 일에 대한 돈도 지급해야 하고. 35 00:02:38,750 --> 00:02:42,853 들어온 돈과 필요한 비용을 함께 보아야 하지. 36 00:02:42,853 --> 00:02:47,948 나래는 빵 그림 옆에 밀가루와 가게 그림을 붙였어요. 37 00:02:47,948 --> 00:02:53,424 종이에 들어오는 화살표만 있었는데 나가는 화살표도 생겼어요. 38 00:02:53,424 --> 00:02:59,579 빵을 많이 팔았다는 말만으로 그날 얼마가 남았는지 알 수는 없었어요. 39 00:02:59,690 --> 00:03:03,784 다음 날 두 아이는 엄마와 버스를 탔어요. 40 00:03:03,784 --> 00:03:09,029 기사님은 정류장을 살피며 사람들을 안전하게 태웠어요. 41 00:03:09,029 --> 00:03:12,317 준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42 00:03:12,317 --> 00:03:16,202 기사님은 빵처럼 물건을 파는 게 아닌데요? 43 00:03:16,202 --> 00:03:22,914 엄마는 사람을 필요한 곳까지 데려다주는 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했어요. 44 00:03:22,914 --> 00:03:28,770 물건을 만들거나 팔기도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 45 00:03:28,770 --> 00:03:32,208 아이들은 내릴 때 인사를 했어요. 46 00:03:32,208 --> 00:03:37,683 버스가 떠난 뒤 나래는 길 그림 옆에 버스를 그렸어요. 47 00:03:37,683 --> 00:03:42,724 돈과 연결된 일의 모습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어요. 48 00:03:42,724 --> 00:03:47,833 잘 살피는 일과 약속을 지키는 일도 그 안에 있었어요. 49 00:03:47,954 --> 00:03:52,102 엄마는 오후에 책상에서 자료를 정리했어요. 50 00:03:52,102 --> 00:03:57,252 나래는 화면을 잠깐 보는 것만으로 일이 끝날 줄 알았어요. 51 00:03:57,252 --> 00:04:03,543 하지만 엄마는 내용을 확인하고 고치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 이야기했어요. 52 00:04:03,543 --> 00:04:07,591 준은 지금도 돈을 받는 중이냐고 물었어요. 53 00:04:07,591 --> 00:04:17,157 엄마는 일한 시간과 결과에 대한 보상을 정해진 방식으로 받지만, 매 순간 바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어요. 54 00:04:17,157 --> 00:04:20,934 일을 익히는 데에는 연습도 필요했어요. 55 00:04:20,934 --> 00:04:26,559 두 아이는 화면 속 개인 정보를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어요. 56 00:04:26,559 --> 00:04:32,632 물어볼 때를 기다리고, 엄마가 쉬는 시간에 궁금한 것을 이야기했지요. 57 00:04:32,738 --> 00:04:36,397 저녁에는 할아버지가 식탁을 차렸어요. 58 00:04:36,397 --> 00:04:41,370 나래가 흘린 물을 닦고 준의 겉옷 지퍼도 살펴주었어요. 59 00:04:41,370 --> 00:04:46,696 준은 할아버지께 오늘은 돈을 얼마나 받았느냐고 물었어요. 60 00:04:46,696 --> 00:04:52,634 할아버지는 가족을 돌보는 이 일에 따로 돈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어요. 61 00:04:52,634 --> 00:04:56,302 준의 종이 위에서 손 그림이 멈췄어요. 62 00:04:56,302 --> 00:04:59,481 그럼 일 그림에서 빼야 하나? 63 00:04:59,481 --> 00:05:01,791 엄마가 말했어요. 64 00:05:01,791 --> 00:05:05,990 돈을 받지 않아도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 있어. 65 00:05:05,990 --> 00:05:12,308 돌보고, 함께 살 집을 정리하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도 소중하지. 66 00:05:12,308 --> 00:05:16,438 두 아이는 봉투 대신 하트 그림을 붙였어요. 67 00:05:16,562 --> 00:05:20,344 나래와 준은 커다란 종이를 펼쳤어요. 68 00:05:20,344 --> 00:05:26,064 가운데에 집을 그리고, 둘레에 빵집과 버스와 학교를 그렸어요. 69 00:05:26,064 --> 00:05:30,493 마지막에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밥상을 그렸지요. 70 00:05:30,493 --> 00:05:36,349 돈을 받는 일과 받지 않는 일이 생활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었어요. 71 00:05:36,349 --> 00:05:39,555 나래는 선을 그으며 물었어요. 72 00:05:39,555 --> 00:05:43,373 돈을 많이 받는 일이 가장 소중한 일이에요? 73 00:05:43,373 --> 00:05:50,452 엄마는 사람의 가치와 일의 소중함을 버는 돈의 크기로 순서 매길 수 없다고 했어요. 74 00:05:50,452 --> 00:05:55,724 가족의 하루가 편안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수고가 있었어요. 75 00:05:55,724 --> 00:06:01,254 아이들은 지도에 누가 더 훌륭한지 표시하는 별을 붙이지 않았어요. 76 00:06:01,370 --> 00:06:06,293 월요일에 선생님은 여러 모양의 봉투 그림을 보여 주었어요. 77 00:06:06,293 --> 00:06:15,410 어떤 가족은 정해진 날에 돈이 들어오고, 어떤 가족은 하는 일이나 상황에 따라 시기와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요. 78 00:06:15,410 --> 00:06:19,431 또 일을 쉬거나 새 일을 준비하는 때도 있지요. 79 00:06:19,431 --> 00:06:24,418 선생님은 집에서 얼마를 버는지 발표시키지 않았어요. 80 00:06:24,418 --> 00:06:28,399 대신 가상의 가족 그림으로 이야기했어요. 81 00:06:28,399 --> 00:06:34,092 준은 매달 봉투가 꼭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82 00:06:34,092 --> 00:06:39,255 나래는 서로 다른 모양의 봉투를 종이에 나란히 붙였어요. 83 00:06:39,255 --> 00:06:43,168 다른 모습은 잘못된 모습이 아니었어요. 84 00:06:43,274 --> 00:06:47,001 집으로 돌아온 준은 잠시 걱정했어요. 85 00:06:47,001 --> 00:06:51,906 돈이 들어오는 날이 달라지면 내가 더 많이 벌어야 해요? 86 00:06:51,906 --> 00:06:55,276 엄마는 준의 눈을 보고 말했어요. 87 00:06:55,276 --> 00:07:01,091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필요한 도움을 찾는 것은 어른의 몫이야. 88 00:07:01,091 --> 00:07:05,153 네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란다. 89 00:07:05,153 --> 00:07:13,346 궁금하거나 걱정되면 말해 줘. 아이가 일을 이해하는 것과 가족의 생계를 떠맡는 것은 달랐어요. 90 00:07:13,346 --> 00:07:18,876 나래는 걱정을 감추지 않고 물어볼 수 있어 마음이 놓였어요. 91 00:07:18,876 --> 00:07:25,303 두 아이의 지도에는 이제 도움을 청하는 말풍선 모양의 빈 종이도 붙었어요. 92 00:07:25,418 --> 00:07:31,183 그날 저녁 나래가 책을 제자리에 놓으며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어요. 93 00:07:31,183 --> 00:07:34,471 책 한 권 정리했으니 돈 주세요. 94 00:07:34,471 --> 00:07:37,936 준이 웃자 엄마도 미소 지었어요. 95 00:07:37,936 --> 00:07:44,376 우리 집에서는 함께 쓰는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일은 같이 살기 위한 약속이야. 96 00:07:44,376 --> 00:07:48,235 모든 도움에 돈을 붙이지는 않기로 했지. 97 00:07:48,235 --> 00:07:52,379 가족마다 용돈을 정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어. 98 00:07:52,379 --> 00:07:57,325 어떤 방식을 쓰더라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99 00:07:57,325 --> 00:08:00,830 나래는 책을 끝까지 정리했어요. 100 00:08:00,830 --> 00:08:07,229 돈을 받지 않아도 서로 편하게 지내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101 00:08:07,346 --> 00:08:12,500 엄마는 주말에 가족 사진 상자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어요. 102 00:08:12,500 --> 00:08:16,712 평소 맡은 일과는 다른 작은 활동이었어요. 103 00:08:16,712 --> 00:08:23,628 두 아이가 함께 하고 싶다고 하자, 엄마는 무엇을 어느 만큼 할지 먼저 이야기했어요. 104 00:08:23,628 --> 00:08:32,486 사진을 날짜별로 짐작해 나누되 모르면 따로 놓기, 사진을 잘라내거나 버리지 않기, 힘들면 쉬기였어요. 105 00:08:32,486 --> 00:08:37,921 이번에는 감사의 뜻으로 작은 보상을 주기로 함께 약속했어요. 106 00:08:37,921 --> 00:08:43,804 금액을 다른 집과 비교하거나 누가 더 많이 받는지 겨루지 않았어요. 107 00:08:43,804 --> 00:08:50,041 할 수 있는 일인지와 서로 이해한 약속이 같은지 확인하는 시간이 먼저였어요. 108 00:08:50,162 --> 00:08:53,713 주말 식탁에 사진 상자가 놓였어요. 109 00:08:53,713 --> 00:08:59,365 준은 모르는 사진까지 대충 같은 봉투에 넣으려다가 멈췄어요. 110 00:08:59,365 --> 00:09:04,270 빨리 끝내면 좋겠지만, 모르는 것은 물어보기로 했지. 111 00:09:04,270 --> 00:09:08,549 나래는 구분하기 어려운 사진을 따로 모았어요. 112 00:09:08,549 --> 00:09:12,761 엄마는 아이들이 해 놓은 것을 함께 확인했어요. 113 00:09:12,761 --> 00:09:18,522 오래된 사진을 보며 웃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길어지기도 했어요. 114 00:09:18,522 --> 00:09:25,588 두 아이는 어려운 일을 혼자 떠맡지 않았고, 약속에 없는 위험한 일도 하지 않았어요. 115 00:09:25,588 --> 00:09:31,090 끝났다고 알리고 확인하는 것까지가 이번 활동의 마무리였어요. 116 00:09:31,202 --> 00:09:35,473 엄마는 약속한 보상을 전하고 고맙다고 했어요. 117 00:09:35,473 --> 00:09:39,739 준은 용돈 봉투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118 00:09:39,739 --> 00:09:45,214 그냥 생긴 봉투가 아니라 이야기와 약속이 담긴 봉투였지요. 119 00:09:45,214 --> 00:09:50,038 나래는 저녁을 준비한 할아버지에게도 고맙다고 했어요. 120 00:09:50,038 --> 00:09:56,342 할아버지는 봉투를 받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편하게 지내도록 도와주었어요. 121 00:09:56,342 --> 00:10:01,492 두 아이는 보상이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줄 세우지 않았어요. 122 00:10:01,492 --> 00:10:06,329 누군가의 수고를 알아보는 말은 둘 모두에게 필요했어요. 123 00:10:06,329 --> 00:10:12,497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약속한 보상을 생략해도 된다는 뜻도 아니었지요. 124 00:10:12,602 --> 00:10:16,818 학교에서 나래는 동네 일 지도를 소개했어요. 125 00:10:16,818 --> 00:10:20,976 우리 가족이 얼마를 버는지는 적지 않았어요. 126 00:10:20,976 --> 00:10:25,093 대신 누가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설명했지요. 127 00:10:25,093 --> 00:10:31,927 준은 버스 그림을 가리켰고, 다른 친구는 학교를 깨끗하게 하는 일을 떠올렸어요. 128 00:10:31,927 --> 00:10:39,604 선생님은 돈을 버는 방법을 궁금해하는 것과 친구 가족의 소득을 캐묻는 것은 다르다고 했어요. 129 00:10:39,604 --> 00:10:45,297 아이들은 집의 크기나 용돈 액수로 서로를 비교하지 않기로 했어요. 130 00:10:45,297 --> 00:10:49,807 지도는 숫자가 없어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131 00:10:49,807 --> 00:10:54,291 생활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132 00:10:54,410 --> 00:10:59,632 다음 용돈 날, 나래는 봉투를 받으며 인사를 했어요. 133 00:10:59,632 --> 00:11:05,882 준은 이제 현금인출기가 끝없이 돈을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134 00:11:05,882 --> 00:11:10,882 계좌에 있던 돈을 꺼내는 일과 돈이 들어오는 일은 달랐지요. 135 00:11:10,882 --> 00:11:16,357 두 아이는 일과 선물처럼 돈이 들어오는 여러 길을 알게 되었어요. 136 00:11:16,357 --> 00:11:21,113 그리고 돈을 받지 않아도 소중한 돌봄이 있다는 것도요. 137 00:11:21,113 --> 00:11:26,018 오늘은 우리 생활을 돕는 일을 하나 찾아 이야기해 보세요. 138 00:11:26,018 --> 00:11:30,841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고마운 말을 전할 수 있을까요? 139 00:11:30,841 --> 00:11:35,501 작은 봉투 너머로 사람들의 시간이 이어져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