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필요한 걸까, 지금 갖고 싶은 걸까? ## 반짝이는 우주 |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날 미술 시간이 끝나고 나래는 책상 위의 연필을 정리했어요. 옆자리 준의 새 필통에는 파란 우주와 작은 별들이 그려져 있었어요. 지퍼를 열면 연필을 꽂는 자리도 보였지요. 우와, 멋지다. 나래가 말했어요. 준은 생일에 받은 필통이라고 알려 주었어요. 나래는 자기 필통을 내려다보았어요. 아무 무늬 없는 초록빛 필통이었어요. 아침까지는 잘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심해 보였어요. 집에 가는 길에도 파란 별들이 떠올랐어요. 나도 저런 필통이 있으면 그림을 더 잘 그릴 것 같아. 나래는 혼자 생각했어요. 새 물건을 보고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오늘 나래는 그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천천히 살펴보게 될 거예요. 이야기의 가격과 금액은 연습을 위한 가상 설정이에요. ## 내 필통을 열어 보니 | 지금 쓰는 물건부터 확인해요 집에 돌아온 나래는 필통을 책상 위에 놓았어요. 지퍼를 열었다 닫아 보았어요. 고장 난 곳은 없었어요. 연필과 지우개도 잘 들어갔어요. 그런데도 새 필통이 생각났어요. 엄마, 필통을 바꾸고 싶어요. 엄마는 바로 좋다거나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어떤 점을 바꾸고 싶은지 먼저 물었어요. 나래는 준의 필통에 있던 별들을 설명했어요. 예쁜 그림이 마음에 들었구나. 지금 필통에서 불편한 점도 있니? 나래는 잠깐 멈추었어요. 무늬가 없는 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어요. 엄마는 새 물건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다만 지금 물건이 해 주는 일과, 새 물건에서 기대하는 일을 나누어 생각해 보면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 주었어요. ## 빈 종이가 없어요 | 언제 어디에 쓸 물건인가요? 나래는 토요일 그림 모임 준비물을 꺼냈어요. 연필도 있고 지우개도 있었어요. 그런데 스케치북을 넘기니 모든 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빈 종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요. 나래는 마지막 장 뒷면도 확인했어요. 그곳에도 지난번에 그린 고양이가 있었어요. 그림 모임에서는 새 그림을 그릴 종이가 필요했어요. 나래는 엄마에게 스케치북을 보여 주었어요. 이건 토요일에 쓰려고 새로 준비해야겠어요. 엄마가 물었어요. 집에 대신 쓸 만한 빈 종이가 있는지도 찾아볼까? 둘은 서랍을 살폈지만 모임에서 쓸 크기의 종이는 없었어요. 나래는 작은 메모에 스케치북을 적었어요. 물건 이름만 쓰지 않고, 토요일 그림 모임에서 쓸 것이라는 이유도 함께 적었지요. ## 두 마음의 이름 | 필요와 갖고 싶은 마음 식탁 위에는 잘 닫히는 필통과 다 쓴 스케치북이 나란히 놓였어요. 나래는 둘을 번갈아 보았어요. 지금 내게 급한 건 종이구나.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떤 일을 하거나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있고, 지금 없어도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갖고 싶은 물건도 있단다. 나래는 물었어요. 그러면 갖고 싶은 건 사면 안 돼요? 그렇지는 않아.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즐거움도 있지. 다만 지금 필요한 일과 가진 돈을 먼저 살펴보자는 거야. 나래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예쁜 필통을 좋아하는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어요. 동시에 토요일에 그림을 그릴 종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했지요. 둘 중 하나의 마음을 없애기보다, 지금 무엇부터 할지 정할 차례였어요. ## 가게에서 다시 만난 별 | 예쁘다는 이유도 말할 수 있어요 엄마와 문구점에 간 나래는 선반에서 우주 그림 필통을 발견했어요. 준의 것과 비슷한 파란색이었어요. 나래는 그림을 찬찬히 보았어요. 멀리 떠 있는 행성과 긴 꼬리의 별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걸 쓰면 필통을 꺼낼 때마다 즐거울 것 같아요. 나래가 말했어요. 엄마는 그 이유를 들어 주었어요. 즐거움도 물건을 고르는 이유가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필통의 그림이 연필을 대신 움직여 주지는 않겠지요. 나래는 아까 생각했던 말을 고쳐 보았어요. 새 필통이 있으면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내가 기분 좋게 쓰고 싶은 거구나. 자기 마음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 물건도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나래는 필통을 내려놓고 스케치북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 지금도 쓸 수 있을까? | 대신 쓸 수 있는지 살펴봐요 나래는 가방에서 기존 필통을 꺼냈어요. 가게 주인이 허락한 자리에서 두 필통의 크기를 살펴보았어요. 지금 쓰는 필통에도 그림 모임에 가져갈 연필이 모두 들어갔어요. 지퍼도 부드럽게 움직였어요. 새 필통이 없으면 토요일 모임에 못 가는 걸까? 엄마가 물었어요. 나래는 고개를 저었어요. 지금 필통으로도 갈 수 있어요. 그럼 빈 종이가 없으면 어떨까? 나래는 그림을 그릴 자리가 없겠다고 대답했어요. 똑같이 문구점에서 파는 물건이어도, 지금 나래에게 하는 역할은 달랐어요. 다른 친구에게는 필통이 망가져 새 필통이 먼저 필요할 수도 있어요. 물건에 처음부터 필요나 욕구라는 딱지가 영원히 붙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누구에게, 언제, 왜 필요한지 함께 보아야 했지요. ## 가격까지 함께 보기 | 2,000원 + 5,000원 = 7,000원 나래와 엄마는 가격을 확인했어요. 스케치북은 2,000원, 우주 그림 필통은 5,000원이었어요. 이번에 나래가 엄마와 정한 문구 예산은 6,000원이었어요. 둘 다 고르면 7,000원이 필요했어요. 예산보다 1,000원이 많았지요. 이 금액은 나래의 가상 연습 예산이에요. 모든 어린이가 같은 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래는 숫자를 적으며 생각했어요. 갖고 싶은 물건부터 고르면 토요일 준비가 어려워질 수 있겠네. 엄마는 가격이 싸거나 비싸다는 말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자고 했어요. 무엇을 하려고 준비한 돈인지도 중요했어요. 나래는 스케치북과 필통의 값을 더한 줄 아래에 오늘 가진 돈을 적었어요. 마음에 드는 이유 옆에, 실제로 가능한 선택이 함께 보이기 시작했어요. ## 바로 고르지 않아도 돼요 | 잠깐 멈추고 이유를 정리해요 나래는 엄마와 가게 밖 벤치에 앉았어요. 물건이 눈앞에 있을 때는 모두 꼭 사야 할 것처럼 느껴졌는데, 잠깐 떨어져 보니 생각할 틈이 생겼어요. 나래는 메모에 질문을 적었어요. 언제 쓸까? 지금 있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사면 다른 계획은 어떻게 될까? 엄마는 나래가 답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어요. 나래는 스케치북은 토요일에 쓰고, 대신 쓸 종이가 없다고 말했어요. 새 필통은 예뻐서 갖고 싶지만 지금 필통으로도 준비할 수 있었어요. 그럼 필통은 조금 더 생각해 볼래요. 나래가 말했어요. 무조건 하루를 기다리면 정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잠깐 멈추는 시간은 자기 이유와 상황을 살피기 위한 시간이었어요. 나래는 오늘 살 것을 스스로 정했어요. ## 오늘은 스케치북 | 6,000원 − 2,000원 = 4,000원 문구점으로 돌아온 나래는 스케치북을 골랐어요. 필요한 크기인지, 종이가 그림 그리기에 알맞은지도 엄마와 확인했어요. 계산대에서 2,000원을 내고 영수증을 받았어요. 처음 예산 6,000원에서 2,000원을 썼으니 4,000원이 남았어요. 우주 그림 필통은 선반에 그대로 두었어요. 조금 아쉽기는 했어요. 갖고 싶은 마음이 버튼을 누른 것처럼 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토요일에 무엇을 쓸지 정해졌다는 점은 기뻤어요. 나래는 남은 돈도 엄마와 다시 확인했어요. 그 돈을 곧바로 다른 물건에 쓸 필요는 없었어요. 새 필통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지요. 가게 문을 나오는 나래의 손에는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어요. 오늘의 선택에는 나래가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어요. ## 집에 돌아와 나란히 | 산 것과 사지 않은 것 나래는 새 스케치북을 책상 위에 놓고 기존 필통을 옆에 두었어요. 이렇게 놓아도 토요일 그림 모임 준비는 모두 되었어요. 나래는 가게에서 적은 메모를 다시 읽었어요. 스케치북을 사기 전에는 필통 그림만 계속 떠올랐는데, 지금은 새 종이에 무엇을 그릴지가 궁금했어요. 엄마가 물었어요. 오늘 사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아직 예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늘 꼭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았어요. 나래가 대답했어요. 마음이 바뀌었다고 처음 생각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마음이 그대로여도 구매를 미룰 수 있고, 다시 살펴본 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요. 나래는 메모를 버리지 않았어요. 다음에 같은 고민이 생기면 다시 꺼내 보고 싶었어요. ## 나만의 작은 별 | 새로 사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에요 나래는 서랍에서 작은 종이 조각과 끈을 찾았어요. 예전에 만들기를 하고 남은 재료였어요. 엄마와 함께 종이를 별 모양으로 접고, 끝이 날카롭지 않게 다듬었어요. 별을 지퍼에 달자 평범했던 필통에 작은 장식이 생겼어요. 이 별은 내가 만든 거네. 나래가 웃었어요. 새 필통과 똑같아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무늬를 가까이 두고 싶다는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채울 수 있었지요. 어떤 물건은 고쳐 쓰거나, 꾸미거나, 함께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모든 물건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은 아니에요. 고장이나 안전 문제 때문에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나래는 지금 자기 필통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방법을 골랐어요. ## 그림 모임의 토요일 | 물건보다 내가 하는 일 토요일, 나래는 새 스케치북을 펼쳤어요. 첫 장에는 창밖의 나무를 그리기로 했어요. 준도 옆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준의 파란 우주 필통과 나래의 별 장식 필통이 책상 위에 나란히 놓였어요. 두 필통은 달랐지만 두 아이 모두 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준이 나래의 별을 보고 물었어요. 그건 네가 만든 거야? 나래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두 아이는 어떤 필통이 더 좋은지 겨루지 않았어요. 나래가 그린 나뭇잎과 준이 그린 새를 서로 보여 주었어요. 새 물건이 친구가 될 자격을 정해 주지는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은 연필을 움직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생겼지요. 나래는 필요한 준비를 해 온 자신이 조금 든든했어요. ## 친구의 선택도 존중해요 | 나에게 필요한 것과 친구에게 필요한 것 모임이 끝난 뒤 나래는 준에게 문구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어요. 나는 새 필통도 갖고 싶었지만 스케치북부터 샀어. 준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내 예전 필통은 지퍼가 자꾸 열려서 연필이 빠졌어. 그래서 새 필통이 반가웠어. 나래는 놀랐어요. 겉으로 보면 같은 새 필통인데 준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남의 선택을 보고 무조건 낭비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놓칠 수도 있겠지요. 나래는 다음에는 왜 골랐는지 먼저 물어보기로 했어요. 자기 물건을 고를 때도 친구의 물건만 보고 결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가진 물건과 필요한 일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두 아이는 다음 모임에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 비 오는 날의 우산 | 상황이 달라지면 판단도 달라져요 며칠 뒤 비가 내렸어요. 나래는 문 옆의 우산을 펼쳐 보다가 살이 휘어진 것을 발견했어요. 엄마에게 보여 주자 혼자 만지거나 사용하지 말고 함께 확인하자고 했어요. 빗속에서 쓰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나래가 물었어요. 새 물건은 미루는 게 좋다고 했는데, 우산도 기다려야 해요? 엄마는 고개를 저었어요. 무조건 미루자는 뜻은 아니야. 비를 피하고 안전하게 다녀오려면 쓸 수 있는 우산이 필요하구나. 집에 대신 쓸 우산이 있는지 먼저 보고, 없으면 어른이 함께 준비해야지. 나래는 문구점의 질문을 떠올렸어요. 언제 쓸지, 대신 쓸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같았어요. 다만 이번에는 안전과 오늘의 날씨라는 새로운 조건이 있었어요. ## 질문은 같고 답은 달라요 | 이유를 말하며 함께 결정해요 엄마와 나래는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함께 준비했어요. 크기가 맞는지, 열고 닫을 때 위험한 곳은 없는지도 살폈어요.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는 책임을 어린이가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래는 어른에게 상황을 말하고 도움을 받았어요. 새 필통을 갖고 싶던 날과 우산이 필요한 날은 달랐어요. 그래서 답도 달라졌지요. 나래는 물건을 무조건 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요. 자기 상황을 살피고, 이유를 말하며 고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나래가 물어본 것을 반가워했어요. 질문을 하면 혼자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나래는 우산을 챙기며 창밖을 보았어요. 오늘은 왜 이 물건이 필요한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 내 마음을 설명하는 연습 | 언제 쓸까? 대신할 수 있을까? 저녁에 나래는 수첩을 펼쳤어요. 스케치북은 토요일 그림 모임에서 썼고, 새 필통은 아직 사지 않았어요. 대신 원래 필통에 별을 달아 잘 쓰고 있었어요. 나래는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해 볼 질문을 적었어요. 언제 어디에서 쓸까? 지금 있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이걸 고르면 다른 계획은 어떻게 될까? 갖고 싶은 이유도 솔직하게 말해 볼 거예요. 예쁘다거나 즐겁다는 마음을 숨길 필요는 없어요. 다만 그 마음과 지금 필요한 일을 함께 살펴보면 돼요. 여러분도 보호자와 가상의 물건을 놓고 이야기해 보세요. 실제 용돈이나 집안 형편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답을 빨리 고르기보다 자기 선택의 이유를 말해 보는 것, 오늘 나래가 배운 가장 중요한 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