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050 --> 00:00:05,217 미술 시간이 끝나고 나래는 책상 위의 연필을 정리했어요. 2 00:00:05,217 --> 00:00:11,196 옆자리 준의 새 필통에는 파란 우주와 작은 별들이 그려져 있었어요. 3 00:00:11,196 --> 00:00:15,231 지퍼를 열면 연필을 꽂는 자리도 보였지요. 4 00:00:15,231 --> 00:00:18,098 우와, 멋지다. 5 00:00:18,098 --> 00:00:20,367 나래가 말했어요. 6 00:00:20,367 --> 00:00:24,484 준은 생일에 받은 필통이라고 알려 주었어요. 7 00:00:24,484 --> 00:00:28,234 나래는 자기 필통을 내려다보았어요. 8 00:00:28,234 --> 00:00:31,821 아무 무늬 없는 초록빛 필통이었어요. 9 00:00:31,821 --> 00:00:37,160 아침까지는 잘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심해 보였어요. 10 00:00:37,160 --> 00:00:41,101 집에 가는 길에도 파란 별들이 떠올랐어요. 11 00:00:41,101 --> 00:00:46,332 나도 저런 필통이 있으면 그림을 더 잘 그릴 것 같아. 12 00:00:46,332 --> 00:00:49,212 나래는 혼자 생각했어요. 13 00:00:49,212 --> 00:00:54,538 새 물건을 보고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14 00:00:54,538 --> 00:01:00,394 오늘 나래는 그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천천히 살펴보게 될 거예요. 15 00:01:00,394 --> 00:01:05,231 이야기의 가격과 금액은 연습을 위한 가상 설정이에요. 16 00:01:05,330 --> 00:01:09,777 집에 돌아온 나래는 필통을 책상 위에 놓았어요. 17 00:01:09,777 --> 00:01:12,997 지퍼를 열었다 닫아 보았어요. 18 00:01:12,997 --> 00:01:15,837 고장 난 곳은 없었어요. 19 00:01:15,837 --> 00:01:19,519 연필과 지우개도 잘 들어갔어요. 20 00:01:19,519 --> 00:01:22,984 그런데도 새 필통이 생각났어요. 21 00:01:22,984 --> 00:01:26,476 엄마, 필통을 바꾸고 싶어요. 22 00:01:26,476 --> 00:01:31,095 엄마는 바로 좋다거나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23 00:01:31,095 --> 00:01:35,117 어떤 점을 바꾸고 싶은지 먼저 물었어요. 24 00:01:35,117 --> 00:01:39,451 나래는 준의 필통에 있던 별들을 설명했어요. 25 00:01:39,451 --> 00:01:42,590 예쁜 그림이 마음에 들었구나. 26 00:01:42,590 --> 00:01:46,041 지금 필통에서 불편한 점도 있니? 27 00:01:46,041 --> 00:01:49,071 나래는 잠깐 멈추었어요. 28 00:01:49,071 --> 00:01:52,984 무늬가 없는 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어요. 29 00:01:52,984 --> 00:01:58,188 엄마는 새 물건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30 00:01:58,188 --> 00:02:07,522 다만 지금 물건이 해 주는 일과, 새 물건에서 기대하는 일을 나누어 생각해 보면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 주었어요. 31 00:02:07,634 --> 00:02:11,918 나래는 토요일 그림 모임 준비물을 꺼냈어요. 32 00:02:11,918 --> 00:02:15,478 연필도 있고 지우개도 있었어요. 33 00:02:15,478 --> 00:02:20,763 그런데 스케치북을 넘기니 모든 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34 00:02:20,763 --> 00:02:24,310 빈 종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요. 35 00:02:24,310 --> 00:02:28,114 나래는 마지막 장 뒷면도 확인했어요. 36 00:02:28,114 --> 00:02:31,986 그곳에도 지난번에 그린 고양이가 있었어요. 37 00:02:31,986 --> 00:02:36,823 그림 모임에서는 새 그림을 그릴 종이가 필요했어요. 38 00:02:36,823 --> 00:02:40,994 나래는 엄마에게 스케치북을 보여 주었어요. 39 00:02:40,994 --> 00:02:45,179 이건 토요일에 쓰려고 새로 준비해야겠어요. 40 00:02:45,179 --> 00:02:47,489 엄마가 물었어요. 41 00:02:47,489 --> 00:02:51,850 집에 대신 쓸 만한 빈 종이가 있는지도 찾아볼까? 42 00:02:51,850 --> 00:02:57,326 둘은 서랍을 살폈지만 모임에서 쓸 크기의 종이는 없었어요. 43 00:02:57,326 --> 00:03:01,402 나래는 작은 메모에 스케치북을 적었어요. 44 00:03:01,402 --> 00:03:08,277 물건 이름만 쓰지 않고, 토요일 그림 모임에서 쓸 것이라는 이유도 함께 적었지요. 45 00:03:08,378 --> 00:03:14,496 식탁 위에는 잘 닫히는 필통과 다 쓴 스케치북이 나란히 놓였어요. 46 00:03:14,496 --> 00:03:17,798 나래는 둘을 번갈아 보았어요. 47 00:03:17,798 --> 00:03:21,100 지금 내게 급한 건 종이구나. 48 00:03:21,100 --> 00:03:23,967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49 00:03:23,967 --> 00:03:33,260 어떤 일을 하거나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있고, 지금 없어도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갖고 싶은 물건도 있단다. 50 00:03:33,260 --> 00:03:35,665 나래는 물었어요. 51 00:03:35,665 --> 00:03:39,130 그러면 갖고 싶은 건 사면 안 돼요? 52 00:03:39,130 --> 00:03:41,249 그렇지는 않아. 53 00:03:41,249 --> 00:03:44,863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즐거움도 있지. 54 00:03:44,863 --> 00:03:49,823 다만 지금 필요한 일과 가진 돈을 먼저 살펴보자는 거야. 55 00:03:49,823 --> 00:03:53,437 나래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56 00:03:53,437 --> 00:03:58,382 예쁜 필통을 좋아하는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어요. 57 00:03:58,382 --> 00:04:04,551 동시에 토요일에 그림을 그릴 종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했지요. 58 00:04:04,551 --> 00:04:11,086 둘 중 하나의 마음을 없애기보다, 지금 무엇부터 할지 정할 차례였어요. 59 00:04:11,210 --> 00:04:17,261 엄마와 문구점에 간 나래는 선반에서 우주 그림 필통을 발견했어요. 60 00:04:17,261 --> 00:04:20,915 준의 것과 비슷한 파란색이었어요. 61 00:04:20,915 --> 00:04:24,367 나래는 그림을 찬찬히 보았어요. 62 00:04:24,367 --> 00:04:29,285 멀리 떠 있는 행성과 긴 꼬리의 별이 마음에 들었어요. 63 00:04:29,285 --> 00:04:33,918 이걸 쓰면 필통을 꺼낼 때마다 즐거울 것 같아요. 64 00:04:33,918 --> 00:04:36,187 나래가 말했어요. 65 00:04:36,187 --> 00:04:39,584 엄마는 그 이유를 들어 주었어요. 66 00:04:39,584 --> 00:04:44,000 즐거움도 물건을 고르는 이유가 될 수 있었어요. 67 00:04:44,000 --> 00:04:49,203 하지만 필통의 그림이 연필을 대신 움직여 주지는 않겠지요. 68 00:04:49,203 --> 00:04:53,280 나래는 아까 생각했던 말을 고쳐 보았어요. 69 00:04:53,280 --> 00:05:00,549 새 필통이 있으면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내가 기분 좋게 쓰고 싶은 거구나. 70 00:05:00,549 --> 00:05:06,771 자기 마음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 물건도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71 00:05:06,771 --> 00:05:12,057 나래는 필통을 내려놓고 스케치북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72 00:05:12,170 --> 00:05:16,142 나래는 가방에서 기존 필통을 꺼냈어요. 73 00:05:16,142 --> 00:05:21,604 가게 주인이 허락한 자리에서 두 필통의 크기를 살펴보았어요. 74 00:05:21,604 --> 00:05:27,432 지금 쓰는 필통에도 그림 모임에 가져갈 연필이 모두 들어갔어요. 75 00:05:27,432 --> 00:05:30,517 지퍼도 부드럽게 움직였어요. 76 00:05:30,517 --> 00:05:34,810 새 필통이 없으면 토요일 모임에 못 가는 걸까? 77 00:05:34,810 --> 00:05:37,120 엄마가 물었어요. 78 00:05:37,120 --> 00:05:40,028 나래는 고개를 저었어요. 79 00:05:40,028 --> 00:05:43,207 지금 필통으로도 갈 수 있어요. 80 00:05:43,207 --> 00:05:46,468 그럼 빈 종이가 없으면 어떨까? 81 00:05:46,468 --> 00:05:51,087 나래는 그림을 그릴 자리가 없겠다고 대답했어요. 82 00:05:51,087 --> 00:05:57,568 똑같이 문구점에서 파는 물건이어도, 지금 나래에게 하는 역할은 달랐어요. 83 00:05:57,568 --> 00:06:03,492 다른 친구에게는 필통이 망가져 새 필통이 먼저 필요할 수도 있어요. 84 00:06:03,492 --> 00:06:09,797 물건에 처음부터 필요나 욕구라는 딱지가 영원히 붙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85 00:06:09,797 --> 00:06:15,000 누구에게, 언제, 왜 필요한지 함께 보아야 했지요. 86 00:06:15,122 --> 00:06:18,523 나래와 엄마는 가격을 확인했어요. 87 00:06:18,523 --> 00:06:23,740 스케치북은 2,000원, 우주 그림 필통은 5,000원이었어요. 88 00:06:23,740 --> 00:06:28,564 이번에 나래가 엄마와 정한 문구 예산은 6,000원이었어요. 89 00:06:28,564 --> 00:06:32,164 둘 다 고르면 7,000원이 필요했어요. 90 00:06:32,164 --> 00:06:35,045 예산보다 1,000원이 많았지요. 91 00:06:35,045 --> 00:06:39,107 이 금액은 나래의 가상 연습 예산이에요. 92 00:06:39,107 --> 00:06:43,985 모든 어린이가 같은 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93 00:06:43,985 --> 00:06:47,558 나래는 숫자를 적으며 생각했어요. 94 00:06:47,558 --> 00:06:53,115 갖고 싶은 물건부터 고르면 토요일 준비가 어려워질 수 있겠네. 95 00:06:53,115 --> 00:06:58,999 엄마는 가격이 싸거나 비싸다는 말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자고 했어요. 96 00:06:58,999 --> 00:07:03,075 무엇을 하려고 준비한 돈인지도 중요했어요. 97 00:07:03,075 --> 00:07:09,365 나래는 스케치북과 필통의 값을 더한 줄 아래에 오늘 가진 돈을 적었어요. 98 00:07:09,365 --> 00:07:15,779 마음에 드는 이유 옆에, 실제로 가능한 선택이 함께 보이기 시작했어요. 99 00:07:15,890 --> 00:07:19,957 나래는 엄마와 가게 밖 벤치에 앉았어요. 100 00:07:19,957 --> 00:07:28,503 물건이 눈앞에 있을 때는 모두 꼭 사야 할 것처럼 느껴졌는데, 잠깐 떨어져 보니 생각할 틈이 생겼어요. 101 00:07:28,503 --> 00:07:32,090 나래는 메모에 질문을 적었어요. 102 00:07:32,090 --> 00:07:34,101 언제 쓸까? 103 00:07:34,101 --> 00:07:37,484 지금 있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104 00:07:37,484 --> 00:07:40,718 사면 다른 계획은 어떻게 될까? 105 00:07:40,718 --> 00:07:44,875 엄마는 나래가 답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어요. 106 00:07:44,875 --> 00:07:51,112 나래는 스케치북은 토요일에 쓰고, 대신 쓸 종이가 없다고 말했어요. 107 00:07:51,112 --> 00:07:57,362 새 필통은 예뻐서 갖고 싶지만 지금 필통으로도 준비할 수 있었어요. 108 00:07:57,362 --> 00:08:00,799 그럼 필통은 조금 더 생각해 볼래요. 109 00:08:00,799 --> 00:08:03,068 나래가 말했어요. 110 00:08:03,068 --> 00:08:07,606 무조건 하루를 기다리면 정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111 00:08:07,606 --> 00:08:13,489 잠깐 멈추는 시간은 자기 이유와 상황을 살피기 위한 시간이었어요. 112 00:08:13,489 --> 00:08:17,362 나래는 오늘 살 것을 스스로 정했어요. 113 00:08:17,474 --> 00:08:21,853 문구점으로 돌아온 나래는 스케치북을 골랐어요. 114 00:08:21,853 --> 00:08:28,348 필요한 크기인지, 종이가 그림 그리기에 알맞은지도 엄마와 확인했어요. 115 00:08:28,348 --> 00:08:32,736 계산대에서 2,000원을 내고 영수증을 받았어요. 116 00:08:32,736 --> 00:08:38,226 처음 예산 6,000원에서 2,000원을 썼으니 4,000원이 남았어요. 117 00:08:38,226 --> 00:08:42,247 우주 그림 필통은 선반에 그대로 두었어요. 118 00:08:42,247 --> 00:08:44,965 조금 아쉽기는 했어요. 119 00:08:44,965 --> 00:08:50,739 갖고 싶은 마음이 버튼을 누른 것처럼 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120 00:08:50,739 --> 00:08:55,658 그래도 토요일에 무엇을 쓸지 정해졌다는 점은 기뻤어요. 121 00:08:55,658 --> 00:09:00,046 나래는 남은 돈도 엄마와 다시 확인했어요. 122 00:09:00,046 --> 00:09:04,666 그 돈을 곧바로 다른 물건에 쓸 필요는 없었어요. 123 00:09:04,666 --> 00:09:09,530 새 필통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지요. 124 00:09:09,530 --> 00:09:14,544 가게 문을 나오는 나래의 손에는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어요. 125 00:09:14,544 --> 00:09:19,421 오늘의 선택에는 나래가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어요. 126 00:09:19,538 --> 00:09:25,480 나래는 새 스케치북을 책상 위에 놓고 기존 필통을 옆에 두었어요. 127 00:09:25,480 --> 00:09:30,154 이렇게 놓아도 토요일 그림 모임 준비는 모두 되었어요. 128 00:09:30,154 --> 00:09:34,461 나래는 가게에서 적은 메모를 다시 읽었어요. 129 00:09:34,461 --> 00:09:43,116 스케치북을 사기 전에는 필통 그림만 계속 떠올랐는데, 지금은 새 종이에 무엇을 그릴지가 궁금했어요. 130 00:09:43,116 --> 00:09:45,425 엄마가 물었어요. 131 00:09:45,425 --> 00:09:49,746 오늘 사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132 00:09:49,746 --> 00:09:52,504 아직 예쁘다고 생각해요. 133 00:09:52,504 --> 00:09:57,450 하지만 오늘 꼭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았어요. 134 00:09:57,450 --> 00:09:59,964 나래가 대답했어요. 135 00:09:59,964 --> 00:10:05,181 마음이 바뀌었다고 처음 생각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136 00:10:05,181 --> 00:10:12,504 마음이 그대로여도 구매를 미룰 수 있고, 다시 살펴본 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요. 137 00:10:12,504 --> 00:10:15,996 나래는 메모를 버리지 않았어요. 138 00:10:15,996 --> 00:10:20,765 다음에 같은 고민이 생기면 다시 꺼내 보고 싶었어요. 139 00:10:20,882 --> 00:10:25,859 나래는 서랍에서 작은 종이 조각과 끈을 찾았어요. 140 00:10:25,859 --> 00:10:29,813 예전에 만들기를 하고 남은 재료였어요. 141 00:10:29,813 --> 00:10:36,443 엄마와 함께 종이를 별 모양으로 접고, 끝이 날카롭지 않게 다듬었어요. 142 00:10:36,443 --> 00:10:41,824 별을 지퍼에 달자 평범했던 필통에 작은 장식이 생겼어요. 143 00:10:41,824 --> 00:10:44,731 이 별은 내가 만든 거네. 144 00:10:44,731 --> 00:10:47,014 나래가 웃었어요. 145 00:10:47,014 --> 00:10:50,914 새 필통과 똑같아진 것은 아니었어요. 146 00:10:50,914 --> 00:10:57,490 그래도 좋아하는 무늬를 가까이 두고 싶다는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채울 수 있었지요. 147 00:10:57,490 --> 00:11:04,555 어떤 물건은 고쳐 쓰거나, 꾸미거나, 함께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148 00:11:04,555 --> 00:11:09,256 모든 물건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은 아니에요. 149 00:11:09,256 --> 00:11:13,889 고장이나 안전 문제 때문에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150 00:11:13,889 --> 00:11:21,117 나래는 지금 자기 필통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방법을 골랐어요. 151 00:11:21,242 --> 00:11:25,689 토요일, 나래는 새 스케치북을 펼쳤어요. 152 00:11:25,689 --> 00:11:29,793 첫 장에는 창밖의 나무를 그리기로 했어요. 153 00:11:29,793 --> 00:11:33,040 준도 옆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154 00:11:33,040 --> 00:11:39,643 준의 파란 우주 필통과 나래의 별 장식 필통이 책상 위에 나란히 놓였어요. 155 00:11:39,643 --> 00:11:46,002 두 필통은 달랐지만 두 아이 모두 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156 00:11:46,002 --> 00:11:49,371 준이 나래의 별을 보고 물었어요. 157 00:11:49,371 --> 00:11:51,885 그건 네가 만든 거야? 158 00:11:51,885 --> 00:11:55,105 나래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159 00:11:55,105 --> 00:11:59,888 두 아이는 어떤 필통이 더 좋은지 겨루지 않았어요. 160 00:11:59,888 --> 00:12:04,996 나래가 그린 나뭇잎과 준이 그린 새를 서로 보여 주었어요. 161 00:12:04,996 --> 00:12:09,439 새 물건이 친구가 될 자격을 정해 주지는 않았어요. 162 00:12:09,439 --> 00:12:16,015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은 연필을 움직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생겼지요. 163 00:12:16,015 --> 00:12:20,662 나래는 필요한 준비를 해 온 자신이 조금 든든했어요. 164 00:12:20,786 --> 00:12:27,000 모임이 끝난 뒤 나래는 준에게 문구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어요. 165 00:12:27,000 --> 00:12:31,877 나는 새 필통도 갖고 싶었지만 스케치북부터 샀어. 166 00:12:31,877 --> 00:12:34,690 준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167 00:12:34,690 --> 00:12:39,663 내 예전 필통은 지퍼가 자꾸 열려서 연필이 빠졌어. 168 00:12:39,663 --> 00:12:42,896 그래서 새 필통이 반가웠어. 169 00:12:42,896 --> 00:12:45,342 나래는 놀랐어요. 170 00:12:45,342 --> 00:12:50,940 겉으로 보면 같은 새 필통인데 준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171 00:12:50,940 --> 00:12:58,100 남의 선택을 보고 무조건 낭비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놓칠 수도 있겠지요. 172 00:12:58,100 --> 00:13:03,385 나래는 다음에는 왜 골랐는지 먼저 물어보기로 했어요. 173 00:13:03,385 --> 00:13:09,146 자기 물건을 고를 때도 친구의 물건만 보고 결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174 00:13:09,146 --> 00:13:13,440 가진 물건과 필요한 일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175 00:13:13,440 --> 00:13:19,296 두 아이는 다음 모임에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176 00:13:19,418 --> 00:13:22,262 며칠 뒤 비가 내렸어요. 177 00:13:22,262 --> 00:13:28,430 나래는 문 옆의 우산을 펼쳐 보다가 살이 휘어진 것을 발견했어요. 178 00:13:28,430 --> 00:13:34,694 엄마에게 보여 주자 혼자 만지거나 사용하지 말고 함께 확인하자고 했어요. 179 00:13:34,694 --> 00:13:38,920 빗속에서 쓰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180 00:13:38,920 --> 00:13:41,229 나래가 물었어요. 181 00:13:41,229 --> 00:13:46,460 새 물건은 미루는 게 좋다고 했는데, 우산도 기다려야 해요? 182 00:13:46,460 --> 00:13:49,327 엄마는 고개를 저었어요. 183 00:13:49,327 --> 00:13:52,357 무조건 미루자는 뜻은 아니야. 184 00:13:52,357 --> 00:13:58,009 비를 피하고 안전하게 다녀오려면 쓸 수 있는 우산이 필요하구나. 185 00:13:58,009 --> 00:14:04,477 집에 대신 쓸 우산이 있는지 먼저 보고, 없으면 어른이 함께 준비해야지. 186 00:14:04,477 --> 00:14:08,132 나래는 문구점의 질문을 떠올렸어요. 187 00:14:08,132 --> 00:14:13,702 언제 쓸지, 대신 쓸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같았어요. 188 00:14:13,702 --> 00:14:19,341 다만 이번에는 안전과 오늘의 날씨라는 새로운 조건이 있었어요. 189 00:14:19,442 --> 00:14:24,283 엄마와 나래는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함께 준비했어요. 190 00:14:24,283 --> 00:14:30,099 크기가 맞는지, 열고 닫을 때 위험한 곳은 없는지도 살폈어요. 191 00:14:30,099 --> 00:14:36,335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는 책임을 어린이가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192 00:14:36,335 --> 00:14:40,873 나래는 어른에게 상황을 말하고 도움을 받았어요. 193 00:14:40,873 --> 00:14:46,009 새 필통을 갖고 싶던 날과 우산이 필요한 날은 달랐어요. 194 00:14:46,009 --> 00:14:48,808 그래서 답도 달라졌지요. 195 00:14:48,808 --> 00:14:54,378 나래는 물건을 무조건 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요. 196 00:14:54,378 --> 00:15:00,058 자기 상황을 살피고, 이유를 말하며 고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197 00:15:00,058 --> 00:15:04,039 엄마는 나래가 물어본 것을 반가워했어요. 198 00:15:04,039 --> 00:15:09,147 질문을 하면 혼자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199 00:15:09,147 --> 00:15:13,142 나래는 우산을 챙기며 창밖을 보았어요. 200 00:15:13,142 --> 00:15:18,550 오늘은 왜 이 물건이 필요한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201 00:15:18,674 --> 00:15:22,021 저녁에 나래는 수첩을 펼쳤어요. 202 00:15:22,021 --> 00:15:28,719 스케치북은 토요일 그림 모임에서 썼고, 새 필통은 아직 사지 않았어요. 203 00:15:28,719 --> 00:15:33,284 대신 원래 필통에 별을 달아 잘 쓰고 있었어요. 204 00:15:33,284 --> 00:15:38,081 나래는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해 볼 질문을 적었어요. 205 00:15:38,081 --> 00:15:40,594 언제 어디에서 쓸까? 206 00:15:40,594 --> 00:15:43,977 지금 있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207 00:15:43,977 --> 00:15:47,659 이걸 고르면 다른 계획은 어떻게 될까? 208 00:15:47,659 --> 00:15:51,790 갖고 싶은 이유도 솔직하게 말해 볼 거예요. 209 00:15:51,790 --> 00:15:56,314 예쁘다거나 즐겁다는 마음을 숨길 필요는 없어요. 210 00:15:56,314 --> 00:16:01,328 다만 그 마음과 지금 필요한 일을 함께 살펴보면 돼요. 211 00:16:01,328 --> 00:16:06,355 여러분도 보호자와 가상의 물건을 놓고 이야기해 보세요. 212 00:16:06,355 --> 00:16:11,898 실제 용돈이나 집안 형편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213 00:16:11,898 --> 00:16:19,969 정답을 빨리 고르기보다 자기 선택의 이유를 말해 보는 것, 오늘 나래가 배운 가장 중요한 일이었어요.